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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대 의대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 교수는 인간 뇌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현상에 관한 논문을 2001년 발표했다.

사고, 기억, 판단 등 인지 활동을 할 때만 두뇌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들이 있음을 알아낸 것이다.

실험 결과 뇌의 특정 부위는 실험 대상자들이 문제 풀이에 몰두할 때는 활동이 오히려 감소하는 반면 실험 대상자들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고 멍하게 있을 때는 평소보다 활성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뇌가 인지 활동을 할 때가 아니라 아무런 생각을 안 하고 있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다는 이 발견은 학계에 일대 흥분과 논란을 가져오며 이후 수백 편의 논문을 쏟아지게 만든 신호탄이 됐다.

라이클 교수는 쉬고 있을 때, 즉 뇌가 활동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일련의 뇌 부위를 일컬어 ‘휴지 상태 네트워크(rest state network)’ 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명명했다.

이는 눈을 감고 누워서 가만히 쉬고 있어도 뇌가 여전히 몸 전체 산소 소비량의 20퍼센트를 차지하는 이유도 설명해준다.

이는 “뇌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판단과 같은 과제를 수행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한가로이 있을 때 상당 부분이 활성화되는 이유는 무엇을 위해서일까?”라는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연구들에 따르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자아 성찰, 자전적 기억, 사회성과 감정의 처리 과정, 창의성을 지원하는 두뇌 회로다. 편안히 쉬고 있을 때만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이런 인간 고유의 성찰 기능이 명상이나 휴식할 때 활성화된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과학적 연구와 뇌 사진을 통해 비로소 확인됐다.

휴식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평소 인지 과제 수행 중에는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뇌의 각 부위를 연결시켜준다.

스웨덴 출신의 뇌 연구자 앤드류 스마트는 이때 창의성과 통찰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새로운 발견과 창의성은 쉴 새 없이 정보를 습득하고 판단하며 신경을 집중해 멀티태스킹을 하는 상태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뇌 활동을 멈추고 휴식하는 상태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와 비로소 밝혀진 뇌 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는 우리가 두뇌 활동을 멈추고 멍하게 쉬는 무위(無爲)가 시간을 허비하는 무기력한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뇌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과정이자 적극적인 충전 활동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독일 쾰른대학교 신경과학자 카이 포겔라이(Kai Vogeley)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야말로 사람을 비로소 사람답게 하는 능력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